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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작가 정여울의 심리 테라피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를 읽었다. 책에서 진정한 성숙을 위해서는 나의 “바람직한 측면뿐 아니라 부끄러운 측면까지 전체성으로 보듬어야 한다”는 구절을 접하게 되었다.     그녀는 글쓰기를 통해 우리 안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대면할 수 있다고 했다. “내가 나를 싫어하는 이유”를 쓰고, “그럼에도 나를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써보는 것이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을 써보고, 그다음에는 “그런데도 나 자신이 기특했던 순간들”을 써보고, 마지막으로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쓴다. 순서가 중요하다. 그래야 뒤로 갈수록 더 나은, 더 깊은 나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나도 내가 싫은 점, 후회되는 점, 고치고 싶은 점을 먼저 써보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남들에게는 너그럽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잘 들어주면서도 가족의 말을 끝까지 잘 들어준 기억은 별로 없다. 가족이 말을 시작하면 넘겨짚어 판단하고는 고치고 가르치려 했다. 물론 나도 할 말은 있다. 남은 남이니 내가 그냥 들어주면 되지만, 가족의 일은 내 일이며 가장인 내가 책임지고 고쳐서 바른길로 인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회되는 점도 이와 연관된 일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여행도 하며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부모님에게 좀 더 잘해 드리지 못한 일도 아쉽다. 부모님은 돌아가시기 전, 양로병원에 계셨다. 나는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가족이 아프면 장기로 병가를 낼 수 있었다. 그때 시간을 내서 자주 병원을 찾아 옛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읽어 드리고, 함께 기도를 해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이 또한 나름대로 핑계는 있다. 그렇게 빨리 돌아가시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특히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한동안 우리 곁에 계실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내가 기특한 점도 적어 보았다.     무슨 일이든 마음먹으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60년대 한국에서 나 같은 중증 장애인이 학교에 다니기는 매우 힘들었다. 나 역시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집에서 책을 읽으며 공부를 했다. 특히 영어를 공부하며 자신감을 키웠다. 미국에 와서도 영어가 되니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한인 공무원이 별로 없던 시절, 주 정부 공무원이 되어 31년 장기근속을 한 것도 자랑할만한 일이다.     이제 하고 싶은 일을 쓸 차례다. 자식들과 마음을 트고 친구처럼 지내고 싶다. 가끔 만나 함께 영화도 보고 고기도 구워 먹고 싶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     눈 폭풍이 예상되는 겨울날, 기차를 타고 오리건을 거쳐 워싱턴 주까지 눈길을 헤치며 달리고 싶다. 야구 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팀이 있는 대도시를 돌며 야구를 보고, 도시를 둘러보고 싶다. 한국도 좋고, 유럽이나 미국 어디라도 좋다. 작은 마을에 한 달쯤 머물며 나를 모르는 낯선 이들 가운데 살아보고 싶다. 이렇게 글로 적어보니 다소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당신도 신문을 내려놓고 커피 한 잔 만들어 책상에 앉아보세요. 그리고 이 순서대로 적어 보세요. 삶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 겁니다.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이 아침에 한인 공무원 정부 공무원 야구 시즌

20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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